두 달전 일이다.
국일제지를 한창 노려보던 중에 본가에 내려가게 되었다.
나는 백수여서 수중에 돈이 별로 없었다. 있는 돈 다 긁어 국일제지에 투자하긴 했지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창원에 도착한 날 저녁, 엄마한테 국일제지가 어떤 기업인지 막 설명했다. 돈좀 꿔달라고..
그리고 다음날 다시 국일제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엄마한테 5백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엄마는 말 같잖은 소리 하지마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아직 내 말을 믿지 않는거다..
너무 아쉬웠다. 주가가 이렇게 낮을 때 기회를 잡아야한다고 설득했는데, 엄마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내 작전은 물건너 갔다.
끝내 투자유치를 하지 못한채 다음날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국일제지가 급등하기 시작한다. 이틀만에 -10%였던 잔고를 회복하고, +35%까지 올랐다.
그래핀 상용화가 점점 가까워진다는 기대감인 것으로 해석된다. 질소 도핑 테스트도 성공적이었다.
얼마 더 지나 다시 본가에 내려간다.
투자 유치를 실패한 뒤 2개월 쯤 지난 뒤다.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엄마는 국일제지의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5백만원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냥 하고싶지 않아 더 얘기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만끽했다.
그런데 엄마가 종목 추천을 좀 해달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이때다 싶어서 국일제지 얘기를 꺼냈다.
그때 5백만원을 받지 못한것이 아쉽다고 했다. 나의 주식 스타일은 성장성 있는 종목을 찾아 오래동안 묻어가는 것이라고 다시 설득했다. 지금의 차트는 중요하지 않다. 1년, 2년 뒤엔 다를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 일찍 갑자기 엄마가 1백만원을 보내줬다.
내가 원하는 투자를 한번 해보라며 나를 밀어준단다.
8시에 지하철을 타며 공부하러 가는 길 그 카톡을 읽고는 뭔가 가슴이 찡해졌다.
엄마가 나를 응원한다는 사실.
나는 응원받는 존재라는 사실.
나는 그 돈을 알에프텍에 투자한다.
오늘 밤 이 일을 회상하니 어쩌면, 내가 5백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던 그 날.
불투명한 주식시장의 앞날을 깨고 던진 그 한마디가 큰 울림이 되어 오늘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 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면, 국일제지가 45% 오른것은 엄마에게 아무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내가 투자해서 35% 벌었다고 해도 나에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보여준 믿음이 모든 것을 바꿨다.
단지 한마디.
단지 용기.
단지 믿음.
눈에 보이지 않는 말과 생각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인생사는 모두 이런것이 아닐까?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정해지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상상력과 용기만 있다면 많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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